정부의 금융지원방안과 부동산대책

어제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이 사임했다. 쌀 소득보전 직불금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물러난 것이다. 이에 앞서 여권은 급한 불을 꺼보려는 심산으로 황급히 대책을 내놨다. 3500만 원 이상 농외소득자는 직불금 수령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직불금이 농가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직접적인 보조금으로 변모해 WTO의 규정에 위배된다. 결국 손해보는 쪽은 실제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다.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은 강구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외면한 정부 대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가 금융지원방안과 부동산 대책에서도 서민을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20일 기획재정부의 금융지원방안에 따르면,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의 지급보증을 위해 정부가 1000억 달러를 지원하게 된다. 시중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300억 달러를 추가 지원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얼마 전 스탠더드앤드푸어스에서 한국의 7개 금융기관이 '부정적 관찰대상'에 속한다고 발표한 이후, 금융계에 몰아닥쳤던 위험 기류를 고려하면 이번 정부의 결정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지난번 금융지원방안에 이어 이번 대책에도 중소기업이나 서민층을 위한 배려가 배제됐다는 점에서 미완의 대책이다.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키코 손실로 중대한 부도 위험에 처해 있는데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 금융기관을 상대로 중소기업이 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현실은 은행을 살리려고 뻗친 구제의 손길과 엄연히 대조된다. 그나마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게 중소기업 대출 규모를 1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정책뿐이니 답답할 따름이다.

21일 부동산 대책도 서민을 외면하긴 매한가지다. 토지 및 주택에 대한 규제를 풀면 결국 투기과열지구의 해제로 이어져 수도권에서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는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고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수단이지 결코 목표 자체가 될 수 없다.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민이 안정된 주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런데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집값은 종래에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정부는 투기과열을 억제하면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집값의 거품을 빼는 게 우선이다. 서울시의 25개구 모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서울시의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조성되어 왔음을 방증한다.

자고로 대책이란 수혜자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다. 국민을 위해 내놓은 금융지원방안과 부동산 대책의 초점은 기실 서민에 맞춰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책에 진정 서민을 위한 대책이 포함되기를 바란다.

by 칭기스킴 | 2008/10/22 22:55 | INSPIRATION | 트랙백 | 덧글(0)

연예인

나라가 망해도 살아남을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바로 정치인과 연예인이다. 정치인은 남아 있는 사람들을 규합해 국가를 재건하려고 솟아나고, 연예인은 지루한 삶에서 잠시 쉬어가라고 웃음을 주기 위해 솟아난다. 근엄하신 임금과 망나니 딴따라를 떠올리면 자칫 이질적인 집단으로 생각되지만, 이들처럼 그 속성이 뿌리까지 흡사한 종족은 없다.

정치인과 연예인의 공통점 하나. 바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동시에 그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근혜사랑 회원들을 거느리며 '언니부대'를 형성하지만, 2006년 문구용 칼에 뺨을 긁히는 수모를 겪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노사모의 노란 물결로 세례를 받았지만 집권하던 내내 욕만 후하게 먹었던 인물이다. 얼마 전 사망한 古 최진실 씨도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만 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것으로 유명하다.

정치인과 연예인의 공통점 둘. 이들은 서로의 영역을 초월한다. 영화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근육맨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되었고, 장군의 딸이자 안방마님이었던 김을동 씨는 18대 국회의원이 되었다. 브라운관 및 할리우드에서 여심을 사로잡았던 로널드 레이건은 급기야 국가의 최고 책임자가 되기에 이르렀다. 한편,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퇴임 후 어느 쇼 프로그램에 출연해 섹시 댄서들과 과감한 춤을 선보였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연예인처럼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화젯거리가 되더니 마침내는 마누라까지 연예인으로 갈아치웠다.

정치인과 연예인의 공통점 셋. TV와 라디오에 자유롭게 출연한다는 것이다. 인기있는 연예인이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이제는 정치인 그에 못지않게 TV와 라디오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70여 년 전 전파 속으로 들어갔고 후에 레이건 대통령도 TV와 라디오를 종횡무진했다. 얼마 전에는 이명박 대통령도 이들 라디오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격주로 고정출연한다고 하니 가히 연예인에 비견된다 하겠다.

by 칭기스킴 | 2008/10/22 22:23 | INSPIRATION | 트랙백 | 덧글(2)

금산분리 완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매년 한 차례 세계 각국의 투명성 지수를 발표한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국가 청렴도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아프리카 국가들이 하위권을 독점하는 양상이다. 한국은 매해 40위 안팎의 투명성을 기록해 간신히 체면을 차리고 있는 수준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투명성 지수가 비단 정치적 투명성만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 활동 등 경제적 청렴도 역시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부패 근절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인권․노동․환경․反부패 등 4개 부문에서 국제 사회의 협력을 도모하는 유엔글로벌콤팩트는 전 세계 주요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국제적 협약이다. 전 세계 CEO들은 유엔글로벌콤팩트를 통해 反부패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부패 근절을 위한 노력은 전 세계적 관심사이자 추세다.

그런데 얼마 전 정부가 反부패 기류에서 퇴보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지난 13일 기획재정부가 대기업이 소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4%에서 1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산업 자본을 육성하는 것이 핵심 취지라고 한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은 지난 노무현 정부 때 다듬어져 대기업의 금융자본 잠식을 억제하는 중요 정책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대기업의 은행 지분을 확대하는 정책은 단순히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금산법의 근간을 흔드는 조처다. 정부의 원안대로라면 대기업이 은행을 사유화할 수 있는 법적 발판이 마련돼 대기업 내 부패 문제는 만연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것임은 자명하다.
 

은행 지분 4%에서 10%로의 조정은 단순한 수치상의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대기업은 은행의 핵심 주주로 떠오르게 되고, 막강한 입김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이 가능해지고 차명 계좌 추적은 더욱 어려워진다. 탈세는 물론, 은행은 돈세탁이 이뤄지는 암시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물론 한 가지 방도가 있긴 하다. 대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믿고 지켜보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도덕성을 기대하기엔 그동안 굵직한 부패 사건들이 터져 나왔다. 사회적 논란이 된 삼성의 비자금 조성 사건이라든지 대우 그룹이 분식회계를 시도한 흔적 등이 대기업 부패사에 오점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한나라당에 배달됐던 떡값도 결국 비자금으로 조달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은행 지분을 확대하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정부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을 삼가야 한다. 그러니 자꾸만 거대 자본에 대한 환상을 품고 대기업 봐주기에만 골몰하는 것이 아닌가. 진정한 위정자는 일개 거목만을 바라지 않고 전체 숲을 아우른다. 정부는 대기업 봐주기 발상을 그만 버리고 중소기업 등 다른 부문의 산업을 육성하는 데 경주하길 바란다. 또 대기업은 정부의 시책에 편승하지 말고 늘 부패에 항거할 것을 당부한다.

by 칭기스킴 | 2008/10/15 22:21 | INSPIRATION | 트랙백 | 덧글(0)

추위, 배고픔 그리고 피곤

 

때는 바야흐로 1883년 겨울.
강추위가 매서운 바람으로 행인들의 발을 호리는, 시큰한 동짓날이었다. 청년 치호는 시계를 흘깃 훔쳐보더니 서둘러 짐을 싼다.

「이런, 이러다 배를 놓치겠구먼」

새로 산 양구두가 눈섶으로 푹푹 꺼지는 걸 보니 염려스러웠다. 청년은 번쩍번쩍 광택이 난다하여 그것을 때깔구두라 불렀다.

어렵사리 도착한 동경 나들목에서 치호는 왜놈보다, 콧날이 선 백인들이 많음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실로 반가웠다.
왜놈은 놈일지언정 서양인은 놈의 범주에 낄 수 없었다. 적어도 치호의 기준에서만큼은 그랬다.

치호는 동경에 진작 심어둔 동료에게서 네덜란드 영사를 소개받았다. 그에게 영어를 가르쳐 준 귀한 스승이었다.

이듬해 청년은 고국으로부터 비보를 듣는다.
김옥균 등 개화 부르주아 세력들이 갑신년에 이르러 정변을 일으켰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치호는 괘념치 않았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그는 공부만이 출세하는 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분란을 틈타 터만 옮기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그는 동경을 떠나 아름다운 나라로 발걸음을 옮겼다.

美國은 만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여전히 추웠고 치호의 곯는 배는 쉬이 꺼질 줄 몰랐다. 그러나... (미완의 글)

by 칭기스킴 | 2008/10/15 19:21 | INSPIRATION | 트랙백 | 덧글(0)

인구 시계

인구 시계를 아시나요?
현재 전 세계 인구 통계를 알려주는 신통한 시계가 있습니다. 

Population Clocks

U.S. 305,329,991
World 6,727,854,926
11:31 GMT (EST+5) Oct 04, 2008

2008년 10월 4일 현재 인구는 약 67억 명이네요.

by 칭기스킴 | 2008/10/04 20:30 | WORLD | 트랙백 | 덧글(0)

선의(善意)의 악법은 지켜져야 - 종부세 완화 반대

기원전 5세기, 한 노장 철학자가 감옥에 갇힌다. 위험한 사상을 사람들에게 설파했다는 이유가 죄목이었다. 그의 제자들을 탈옥을 종용했지만 철학자는 ‘악법도 법’이라며 끝내 죽음을 선택하고 만다. 4대 성인 가운데 한 명인 소크라테스의 일화다.
 

악법은 법이 아니라는 것이 요즘 사회의 통설이다. 사람들의 관념 및 사회적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 바로 법인 까닭에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가변적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 악법이라는 미명 하에 종합부동산세가 철폐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산세를 납부하는 시민들에게 또 한 차례 부동산세를 과세하는 것은 부자들을 겨냥한 징벌적 세금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그 법의 악덕한 성질을 지적하는 이가 2%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이미 악법이 아니다. 여론 조사 결과, 종합부동산세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압도적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종합부동산세는 정부와 시민들의 사회적 합의 하에 생성된 합법적 과세제도다.
 

이번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은 종부세 납부 기준을 변경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크다. 기존에는 공시지가 6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되던 세금이 9억원을 초과한 주택 보유자로 과세표준이 상향 조정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강남 부자들의 45%가 종부세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평소 강부자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 지지기반이라는 점에서 종부세 개편의 진의가 의심스럽다. 문제는 종부세 개편이 사회적 위화감을 증폭시킬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투기 및 과열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노무현 정권 당시 종부세제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도입된 측면이 컸다. 납부 기준의 상향 조정으로 부동산 투매가 되살아나 국민의 삶의 질이 퇴보하진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한나라당 내부의 분열로 종부세 개편안이 부결된 점은 다행이다.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는 2%의 사람들에게 종부세는 악법 중의 악법일 것이다. 그러나 98%의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선의(善意)의 악법은 존속돼야 한다.

by 칭기스킴 | 2008/10/02 13:49 | INSPIRATION | 트랙백 | 덧글(0)

가을

그 해 가을, 소녀는 이사를 갔다. 함께 고무줄을 튕기던 벗들이 눈앞에서 서서히 스러져가자, 아찔한 희뜩거림에 눈을 감는다. 울음 구슬이 양 볼을 사정없이 긁어내린다. 빽빽이 세워진 아파트 단지 내에서 놀이터의 흙을 같이 쓸어 내리던 동무들이었다. 빛을 잃은 모래 흙에 모래성을 쌓아주던 고마운 벗들이었다. 바닷물에 젖어 스러진 모래성처럼 우리의 인연도 이렇게 부스러지는 걸까.


이삿짐을 태운 트럭 안에서 소녀는 말을 잊었다. 고개를 왼쪽으로 한 번, 다시 오른쪽으로 한 번, 좌우를 돌려본다. 아버지, 어머니가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잦은 이사에 소녀는 또 다시 외톨이가 되었다. 만남, 이별 그리고 새로운 만남. ‘회자정리’의 원칙을 소녀는 가증스럽다 했다. 열한 살 인생에서 열일곱 번의 이사를 했다. 가까스로 사귄 벗은 이내 저 깊은 추억의 샘에 갇힐 하나의 영장류가 되어 버렸다. 情은 아픔을 동반하는 것이기에 금기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어김없이 이별의 생고는 또 찾아왔다.


울렁거리던 차멀미가 멈춘다. 소녀의 열여덟 번 째 집에 도착했다. 움푹 패인 도로 뒤로 집 한 채가 서 있다. 덜 된 페인트칠이 마치 세월에 벗겨진 상처 같다. 저 멀리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들린다. 집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소나무가 순간 눈에 들어온다. 소녀의 얼굴에 짐짓 미소가 돈다. 떨어지는 잎사귀를 보내기가 아쉬워 차라리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가 더 낫다고 소녀는 생각했다.


fall. 가을을 뜻하는 이 말이 ‘떨어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소 소녀는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랐던가. 그 후로 낙엽 달린 활엽수는 측은하고도 가여운 존재로 인식됐다.


질펀한 청자색의 가을 하늘. 그 광활한 캔버스에 소녀는 황홀한 고독을 점묘하고 있었다.

by 칭기스킴 | 2008/10/02 13:38 | INSPIRATION | 트랙백 | 덧글(0)

Queen Rania


http://kr.youtube.com/queenrania


라니아 요르단 왕비.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유투브에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미모도 수준급. 다보스 포럼에서 수차례 강연 및 진행을 맡는 등 실력도 수준급이다.

by 칭기스킴 | 2008/09/25 23:47 | WORLD | 트랙백 | 덧글(1)

기억나?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어린시절 부르던 너의 노래, 너의 추억. 엄니가 새 신을 사주는 날이면 기분 좋아 폴짝 뛰던, 가벼운 너의 걸음걸이.

고무신 신어본 적은 없지? 손에 쥐고 잡아당기면 구불텅거리며 튕겼다가 금세 제 자리를 되찾는 영리한 녀석. 예전에는 짚신 발에 하얀 고무신 입혀주면 얼마나 좋아했던지.
 

하얀 고무신 하니까 실내화가 생각난다고? 아, 그 생김새는 비슷한데 합성고무로 둔갑한 하얀 실내화? 고무신과는 달리 바닥에 촘촘히 열린 길 사이로 불개미들 꽤나 목숨 건졌지, 아마.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교실에서 하얀 실내화 신는 게 의무였는데.
 

쪽팔림에 눈뜨게 된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땠지? 근간이 튼튼한 슬리퍼를 신었던 것 같은데. 애들 꽤나 고생했지. 투박하고 까만 바탕에 삼색 줄을 두른 슬리퍼는 죽어도 신기 싫어했잖아. 부끄럽다고. 그래서 제 엄마한테 가서 조른 거 아니겠어?

엄니, 나 아디다스 슬리퍼요, 나이키 슬리퍼요, 아놀드파마 슬리퍼요. 하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유치해. 열여섯 소녀는 뭐가 그렇게 부끄러웠던 걸까.
 

이제는 어엿한 대학생이겠구나. 입학식엔 뭘 신고 갔니? 하이힐? 너 하이힐을 신었구나. 아프진 않았니? 어디 다친 데는 없어? 발목 말고. 너, 네 마음 말이야. 굽이 높아지면서 네 꿈도 욕심도 높아졌잖아.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았지. 세상이 너에게 아부를 하고, 너를 짓밟고, 너를 힘들게 했잖아.
 

그런데 너 그거 아니? 10년, 20년이 지날수록 너의 굽은 겸손해질 거라는 사실. 너는 점점 현대문명의 이기를 벗고 자연의 땅을 밟게 될 거야. 대지의 보드라운 감촉을 사뿐히 걸으며 맨발로 느끼게 될 거야.
 

맨발은 태초의 헐벗음 그리고 귀향의 발걸음. 그렇게 너는 고향 갈 채비를 하고 있겠지.

by 칭기스킴 | 2008/09/24 23:10 | INSPIRATION | 트랙백 | 덧글(0)

우파 정권이면 우파답게

1789년 겨울, 프랑스 의회의사당에서 정치적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국가의 정치체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왕정을 고수하는 지롱드당이 원내 의석의 오른쪽을, 공화정으로서의 변화를 촉구하는 자코뱅당은 왼쪽에 앉아있었다. 이때부터 현상 유지를 원하는 세력은 보수 혹은 우파로, 현 상황을 타파하려는 세력은 진보 또는 좌파로 불려지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좌파-우파 이념논쟁이 시작된 지 벌써 20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념논쟁은 50년 전 한반도에 매카시즘 공포를 몰고 오더니만, 이제는 고등학생이 배우는 역사 교과서에까지 확산됐다. 일부 역사 교과서들이 좌편향 됐다는 이유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국방부는 교육과학기술부에 시정 권고문을 발송하기까지 했다. 이유는 역시 일부 교과서들의 좌편향적인 표현이 문제였다.
 

‘우파’라는 개념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현상 유지에 힘쓰는 것이 정석이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다면 진보 세력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항하는 것이 차선일 게다. 그런데 이 우파 정부는 보수적이지도, 反 진보적이지도 않다. 국방부는 “전두환 정권은 독재 정권이었으며 폭압․억압 정치를 폈다”는 금성 교과서의 일부 표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의 시정 권고안에 따르면 ‘전두환 정권은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정권’이 되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독재자를 선군으로 둔갑시키는 일은 하지 않는다. 아무리 보수적인 우파 정권이라도 그런 몰염치한 짓은 안 한다. 심지어 아리안 족의 우월성을 내세우며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던 정권도 결국 아리안 족에 의해 처벌받지 않았던가.
 

우파의 방향성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현 정권이 우파든 좌파든 상관없다. 이건 가치관의 문제다 정부가 얼마나 올바른 가치관과 역사의식을 지녔는지가 이번 역사 교과서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된다. 정부가 왜곡된 역사관으로 역사 교과서를 덧칠하지 않기 바란다.

by 칭기스킴 | 2008/09/24 23:01 | INSPIRATION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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