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얼마 전 친구 녀석이 군대를 갔다. 늦깎이 나이에 졸병 신세는 싫었던 모양인지, 운 좋게도 국제협력단원으로 뽑혀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내가 왜 하필이면 말레이시아냐고 물어봤더니 그곳에 중국인들이 많기 때문이란다. 중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녀석은 새로운 문화도 접하고 계속 중국어도 공부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 했다. 가만,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말레이시아에서 치러진 세계화상(華商)대회가 생각난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화상(중국 상인)들이 대거 진출한 거점을 중심으로 격년으로 개최된 세계화상대회. 전 세계의 내로라 하는 중국계 거물들은 물론 소상인도 간혹 끼어있더라 했다. 중화권 국가 뿐 아니라 세계 어딜 가나 차이나 타운이 있는 걸 보면 중국놈들이 돈이 많긴 정말 많나 보다.

작년 겨울 르완다에서의 일이다. 비포장도로를 조심스레 걷고 있는 나에게 고추를 달랑거리며 따라오던 조무래기들이 뭐라 외친다. "므시누아! 므시누아!" 어허, 저 놈들 봐라. 알콩한 손가락들이 일제히 나를 가리키며, 자기들끼리 키득키득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므시누아'란 '중국인'을 뜻한다 했다. 그래서 요놈들이 내달리던 내내 니하오를 외치며 방긋 웃어보였나 보다. 르완다인에게 아시아라는 개념은 없다. 오직 중국만 존재할 뿐이다. 일본인도 므시누아, 한국인도 므시누아. LG도 중국 기업, 삼성도 중국 기업. 이들의 교육 수준을 탓할 일이 아니다. 르완다에는 그만큼 중국 기업과 상인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특히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지난 2006년 아프리카 정상들과 회의를 가진 직후 르완다에 둥지를 튼 중국인들이 부쩍 늘었다. 중국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 덕택에 르완다를 비롯한 아프리카 대륙 전역을 화상들이 촘촘히 메우고 있다.

이쯤 되면 한국 정부에 볼멘소리가 나온다. 중국과 일본 정부가 천연자원, 석유 등을 놓고 아프리카 정상들과 앞 다퉈 양해각서를 체결 중인데, 한국 정부는 말만 자원외교, 실용외교를 외치고 있으니. 하긴, 비단 정부 탓만은 아닐 것 같다. 아프리카를 벽지로 인식하는 우리의 관념도 문제가 있다. 세계화상대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데, 한상에 세계대회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아직 거추장스러워 보인다.

by 칭기스킴 | 2008/09/17 21:54 | INSPIRATION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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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Brian's Blar.. at 2008/10/11 14:35

제목 : 중국과 화교권
캄보디아에서 3주간 머물며 느낀 점은 정말 '화교'들이 강하다는 것이다. 프놈펜과 시엠리업의 대부분 상점은 한자漢字가 씌여진 간판을 달고 있었다. 그곳에 계신 분들은 캄보디아 경제의 80% 이상이 화교들에 의해서 돌아가고 있다고 하였다. 베트남에가서 환전을 할 때에도, 태국에서 은행에 갈 때에도 화교가 없는 곳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엔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있고 그 화교들은 현지 국가 경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more

Commented by 루싸 at 2008/09/22 11:20
므시누아!
Commented by 현우 at 2008/10/11 14:38
늦깍이 아니거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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