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17일
중국의 혐한·반한 감정
사람 몸집만한 길이 2m 남짓의 '대신기전'이 굉음을 일으키며 발사된다. 목표물은 명나라 사신 일행과 군사들. 고위 사절 한 명만 살아남고 모두 전멸한다. 전세가 역전되고 명 황제는 조선의 왕에게 조공을 바친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신기전」에 나오는 장면이다. 조선 왕조 15세기, 신기전을 발명했다는 기록은 문헌에 남아있지만 명 황제가 조선 왕에게 조공을 바친 적은 없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마지막 반전에서 해학과 풍자를 느낀다. '중화(中華)'에 대한 오랜 체증이 가라앉는 것 같아 시원하다.
조선 시대와는 달리 현대의 反中 감정은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우리보다 못 살고 못 먹는 민족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다. 한국이 1960~70년대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루는 사이, 중국은 문화대혁명과 기근에 시달려 제대로 된 경제 성장을 경험하지 못했다. 물론 폐쇄적인 공산주의 체제도 중국의 더딘 발전에 한몫했다. 중국의 개혁개방 직후 몰려든 사업가들은 자본력을 쥐고 중국의 싼 노동력을 쥐락펴락 했다. 중국인은 물론 조선족까지 무시하고 차별했다. 심지어 국내에 유입된 중국인 또는 조선족 노동자들도 한국인의 반중 감정에 직면해야 했다. '돈의 논리'에 따라 중국인은 열등하고 한국인은 우월한 존재로 인식됐다.
그런데 베이징올림픽을 전후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의 혐한․반한 감정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중국인들은 시종일관 한국 대표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상대가 중국 선수가 아닌데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베이징의 한 언론기관이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싫어하는 국가가 어디냐는 질문에 한국이 50%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반한 감정이 중국인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한국인의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이제는 경제대국에 속하는 중국을 예전의 못 살던 중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중국은 이제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중국의 GDP가 1% 하락하면 한국 수출은 2.5% 동반 하락한다. 그만큼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극단적인 반한․반중 감정은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올림픽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향후 양국민의 반감이 일소되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격상된 한중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허울 뿐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길 고대해 본다.
# by | 2008/09/17 22:05 | INSPIRATION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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