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어린시절 부르던 너의 노래, 너의 추억. 엄니가 새 신을 사주는 날이면 기분 좋아 폴짝 뛰던, 가벼운 너의 걸음걸이.

고무신 신어본 적은 없지? 손에 쥐고 잡아당기면 구불텅거리며 튕겼다가 금세 제 자리를 되찾는 영리한 녀석. 예전에는 짚신 발에 하얀 고무신 입혀주면 얼마나 좋아했던지.
 

하얀 고무신 하니까 실내화가 생각난다고? 아, 그 생김새는 비슷한데 합성고무로 둔갑한 하얀 실내화? 고무신과는 달리 바닥에 촘촘히 열린 길 사이로 불개미들 꽤나 목숨 건졌지, 아마.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교실에서 하얀 실내화 신는 게 의무였는데.
 

쪽팔림에 눈뜨게 된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땠지? 근간이 튼튼한 슬리퍼를 신었던 것 같은데. 애들 꽤나 고생했지. 투박하고 까만 바탕에 삼색 줄을 두른 슬리퍼는 죽어도 신기 싫어했잖아. 부끄럽다고. 그래서 제 엄마한테 가서 조른 거 아니겠어?

엄니, 나 아디다스 슬리퍼요, 나이키 슬리퍼요, 아놀드파마 슬리퍼요. 하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유치해. 열여섯 소녀는 뭐가 그렇게 부끄러웠던 걸까.
 

이제는 어엿한 대학생이겠구나. 입학식엔 뭘 신고 갔니? 하이힐? 너 하이힐을 신었구나. 아프진 않았니? 어디 다친 데는 없어? 발목 말고. 너, 네 마음 말이야. 굽이 높아지면서 네 꿈도 욕심도 높아졌잖아.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았지. 세상이 너에게 아부를 하고, 너를 짓밟고, 너를 힘들게 했잖아.
 

그런데 너 그거 아니? 10년, 20년이 지날수록 너의 굽은 겸손해질 거라는 사실. 너는 점점 현대문명의 이기를 벗고 자연의 땅을 밟게 될 거야. 대지의 보드라운 감촉을 사뿐히 걸으며 맨발로 느끼게 될 거야.
 

맨발은 태초의 헐벗음 그리고 귀향의 발걸음. 그렇게 너는 고향 갈 채비를 하고 있겠지.

by 칭기스킴 | 2008/09/24 23:10 | INSPIRATION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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