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善意)의 악법은 지켜져야 - 종부세 완화 반대

기원전 5세기, 한 노장 철학자가 감옥에 갇힌다. 위험한 사상을 사람들에게 설파했다는 이유가 죄목이었다. 그의 제자들을 탈옥을 종용했지만 철학자는 ‘악법도 법’이라며 끝내 죽음을 선택하고 만다. 4대 성인 가운데 한 명인 소크라테스의 일화다.
 

악법은 법이 아니라는 것이 요즘 사회의 통설이다. 사람들의 관념 및 사회적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 바로 법인 까닭에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가변적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 악법이라는 미명 하에 종합부동산세가 철폐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산세를 납부하는 시민들에게 또 한 차례 부동산세를 과세하는 것은 부자들을 겨냥한 징벌적 세금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그 법의 악덕한 성질을 지적하는 이가 2%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이미 악법이 아니다. 여론 조사 결과, 종합부동산세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압도적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종합부동산세는 정부와 시민들의 사회적 합의 하에 생성된 합법적 과세제도다.
 

이번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은 종부세 납부 기준을 변경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크다. 기존에는 공시지가 6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되던 세금이 9억원을 초과한 주택 보유자로 과세표준이 상향 조정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강남 부자들의 45%가 종부세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평소 강부자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 지지기반이라는 점에서 종부세 개편의 진의가 의심스럽다. 문제는 종부세 개편이 사회적 위화감을 증폭시킬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투기 및 과열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노무현 정권 당시 종부세제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도입된 측면이 컸다. 납부 기준의 상향 조정으로 부동산 투매가 되살아나 국민의 삶의 질이 퇴보하진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한나라당 내부의 분열로 종부세 개편안이 부결된 점은 다행이다.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는 2%의 사람들에게 종부세는 악법 중의 악법일 것이다. 그러나 98%의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선의(善意)의 악법은 존속돼야 한다.

by 칭기스킴 | 2008/10/02 13:49 | INSPIRATION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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