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배고픔 그리고 피곤

 

때는 바야흐로 1883년 겨울.
강추위가 매서운 바람으로 행인들의 발을 호리는, 시큰한 동짓날이었다. 청년 치호는 시계를 흘깃 훔쳐보더니 서둘러 짐을 싼다.

「이런, 이러다 배를 놓치겠구먼」

새로 산 양구두가 눈섶으로 푹푹 꺼지는 걸 보니 염려스러웠다. 청년은 번쩍번쩍 광택이 난다하여 그것을 때깔구두라 불렀다.

어렵사리 도착한 동경 나들목에서 치호는 왜놈보다, 콧날이 선 백인들이 많음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실로 반가웠다.
왜놈은 놈일지언정 서양인은 놈의 범주에 낄 수 없었다. 적어도 치호의 기준에서만큼은 그랬다.

치호는 동경에 진작 심어둔 동료에게서 네덜란드 영사를 소개받았다. 그에게 영어를 가르쳐 준 귀한 스승이었다.

이듬해 청년은 고국으로부터 비보를 듣는다.
김옥균 등 개화 부르주아 세력들이 갑신년에 이르러 정변을 일으켰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치호는 괘념치 않았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그는 공부만이 출세하는 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분란을 틈타 터만 옮기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그는 동경을 떠나 아름다운 나라로 발걸음을 옮겼다.

美國은 만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여전히 추웠고 치호의 곯는 배는 쉬이 꺼질 줄 몰랐다. 그러나... (미완의 글)

by 칭기스킴 | 2008/10/15 19:21 | INSPIRATION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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